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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산방산'엔 무슨일이 일어났길래
  • 입력날짜 : 2004. 04.21. 16:39
진달래 흐드러지게 핀 음력 삼월삼짇날, 30년전 둔덕면 산방산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났길래 꽃단장한 처녀들과 ‘쌈닭’같은 총각들이 모였을까.

해발 5백7m의 산방산, 제 아무리 뻬어난 산세라지만 수백의 청춘남녀가 산행을 위해 꽃단장할리는 만무했을터 그 내막이 산길을 오르는 내내 궁금해진다.

잘 정비된 임도 곳곳에는 철쭉, 제비꽃 등 봄꽃이 피었고. 길아래 언덕편에는 나무딸기(복분자)가 유난히 많다. 4월인데도 솔향이 제법이다.
21일 오전 10시 산방산 산정아래 공터에서는 제9회 산방산 참꽃축제가 펼쳐졌다.

산방산 봉우리, 슬피우는 저 애기러기/ 애달픈 너 울음에 내 마음도 아프구나/ 산줄기 계곡마다 추억의 얼이 담긴/ 선남선녀 눈웃음, 산봉우리에 걸쳐있네/ 고요한 달밤, 우수수한 달밤에/ 달려가던 반달도 나뭇가지에 걸렸네/ 방울방울 맺힌 이슬, 언덕위에 백화꽃향기/ 이리봐도 진달래, 저리봐도 진달래/ 동풍이냐, 서풍이냐 바람따라 가르는/ 밭 언덕 냉이 달래 된장국 묻혀서/ 고향친구 마루에 앉아 얘기로 밤을 새니/ 상사병 쪽 반달이 서산에 걸쳐 있네/ 산방산 3봉우리 모자지간 정이런가/ 아카시아 향내 나는 아름다운 내 고향/ 꽃잎따라 피리불던 가고싶은 산방골/ 뭉개 구름 벗 삼아 찾고 싶은 삼짇날. <배순자 산방산‘삼짇날’>


“올해는 2월이 윤달이라서 참꽃이 없다.” “옛날에는 이곳에 소나무도 적고 참말로 참꽃이 많이 피었는데” 참꽃축제를 찾은 주민들은 옛 추억을 하나하나 떠 올렸다.

“지금이사 사는기 바쁘다보이 그런일이 없제. 농사만 짖고 살았던 날에는 겨울잠을 잔 젊은 청춘들이 삼짇날만 되면 산방산으로 몰렸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고 60년대 후반부터 젊은 사람들이 도외지로 나가고 하면서 없어졌제 옛날에는 대단했다.”

산방산 참꽃 축제는 지금의 50-60대에겐 분명 추억과 그리움이 있는 거제의 대표적인 봄 축제였던 모양이다.
둔덕이 고향인 김창기 거제중앙신문 편집국장은 4월17일자 신문에서 산방산에서의 삼짇날 풍경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오전까지 처녀 총각들은 마을단위로 삼삼오오 모여 노래를 부르고 신나게 춤을 추며 한껏 젊음을 발산한다. 힘께나 쓰는 장정들은 물푸레나무로 무장, 마을 처녀들 지키기에 바쁘다. 그러나 점심시간 막걸리 파티에 취기가 약간 오른 오후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동안 이웃 마을에 놀러갔다 우연히 눈을 맞추었던 처녀 총각들은 이때부터 산 정상, 으슥한 곳으로 슬슬빠져나가 서로 사랑을 고백한다.”

“특히 마을의 내로라 하는 미남, 미녀(?)는 단연 인기다. 해질무렵이면 산방산 정상은 선남선녀들의 쟁탈전으로 변해 마을 청년들간의 집단 패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 적었다.

특이한 점은 “누구 한사람 다쳤다고 고발, 고소하는 사람이 없이 화해하고 다음해에 만날 것을 기약하는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을 간직했다. 그래서인지 산방산에서의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진 경우가 허다했다”고 밝혔다.


지금 산방산에는 휘영청 산허리를 보듬은 보름달도 젊은 청춘들의 애끓는 순애보나 스캔들(상열지사)은 없다.
하지만 국악한마당이 펼쳐지고 초등 및 중학생들의 백일장 주민노래자랑, 푸짐한 경품까지 마련된 산방산 참꽃축제, 아름다운 계절 봄을 알리는 거제시의 대표적인 축제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서용찬 기자 ycseo@morningnews.or.kr         서용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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