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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면에 5일장이 섭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없는 게 더 많다
양력 4일 기준, 5일간격으로 장 열린다
  • 입력날짜 : 2004. 06.01. 12:57
거제지역에서는 고현과 거제면에 5일장이 선다.
“이 고무줄 어떻게 하는데예.”
“6개 천원.”
흥정이랄 것도 없이 검정고무줄 10개가 천원에 팔렸다.

팬티고무줄로 쓰지도 않을 것 같은데 검정 고무줄이 아직 팔립니까.
“그라모 팔리지.” “고추장이나 된장 단지에 비닐 씌울때 쓸라꼬 사간다 아이가. 그라고 할매들 몸빼 바지에도 넣고.”

시장 한켠에 자리잡은 박물장수의 난전에는 쉽게 구하기가 어려워진 검정색, 흰색, 노란색 기저귀용 고무줄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좀약(나프탈랜), 고무장갑, 바느질용 실에서 배앓이, 설사, 소화불량에 직효인 화풍단까지 눈에 띈다. 화풍단을 싼 종이에는 그럴싸하게 하동산 화풍단이라고 한자가 찍혀있다.
장날 손님은 거제, 동부, 남부면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많이 팔립니까.” “옛날처럼 재미는 없지만 찾는 사람이 있응께...” 이것저것 묻는 기자에게 “젊은날에는 나도 이것 팔라 꼬 머리에 이고 동네마다 다니며 날리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상인과 행인들의 요란한 흥정소리는 끊어졌어도 5일장이 열린 거제면 시장골목은 모처럼 생기가 넘쳤다.
최고 2만원, 흥정만 잘하면 공짜

잎 모양이 뱀의 무늬를 닮았다고 해서 사피 불리고 노란잎이 아름다운 호 등 제법 고가의 춘란도 시장에 나왔다.

“아저씨 지난번에 두촉짜리 호 하나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호는 저번꺼 거기네.”
“값이 비싸다보이 안 팔린께 또 갖꼬 왔지.”
“얼마나 하는데요.” “네촉짜리 40만원.” “그라모 두촉으로 쪼개 20만원에 팔모 되지 머.” 싸움을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던가. “난을 사러왔다”며 멀찌감치 한 40대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4촉짜리 호는 이번에도 팔리지 않을 모양이다.
어물전은 그래도 지역상인 몫이다.


거제장터에는 최고가 2만원대의 다양한 옷가지에서부터 동네 할머니가 텃밭에서 캐온 상추까지 없는 것 빼고는(?)다 있다.
“이 곡멸 어디서 잡은 깁니까.”
“저구에서 온 깁니다.” “그래 장사는 좀 됩니까”
“거제는 장날 없으면 사람도 없고 장 때미 거제가 사는 기지 머.” “우째 장사하는 사람들이 근동사람은 없네예.”
“면 사무소 앞에 몇이 있제 전부 외지 사람들이다. 언자 우리가 어디 장사할 만 한데도 없다. 들어온 돌이 밖힌돌 뽑는다꼬 오히려 큰 소리친다.”

“하루에 얼마나 법니까.” “평소에는 전만 패고 자다가 놀다가 한다. 장날에 장사가 좀 된다.”
하루벌이를 묻는데 딴소리다.
떠오르는 신상품(?) 양은냄비.


이것 저것 둘러보며 장을 나서는 길에 냄비장수를 만났다.
"양은냄비가 좀 팔립니까."
"양은냄비에 라면 끼리무모 맛있다는 기 테리비 한번 나오고 좀 팔린다." "그래 오늘은 많이 팔았습니까." "얼마 몬 팔았다."
엿장수도 뻥뛰기 장수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거제장터에는 맛있는 짜장면이나 먹어볼까 할머니를 졸라대는 내 어린날의 환영이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그런 그리움이 있다.



글 서용찬/사진 윤광룡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글 서용찬사진 윤광룡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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