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거제시 살림살이에 대한 거제시의회의 소명요구에 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지난달 27일 끝난 제103회 정례회기간 거제시가 의회에 승인 요청한 ‘2005년 회계연도 세입세출결산서’를 부결했다.

주택사업특별회계부분 중 2001년에서 2002년도로 채무액이 이월되면서 10억3천283만460원이 사라진데다 상수도 사업특별회계 중 1999년도에서 2000년으로 채무액이 이월되면서 늘어난 29억8천776만8천원에 대한 원인규명이 없었다는 것 등이 문제가 됐다.

2005년 결산서에는 채무액 9천257만200원으로 돼 있으나 실제 상환해야 할 채무액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점도 함께 지적됐다.

의회는 거제시에 오는 18일까지 세입세출 결산서 중 ‘특별회계’에서 드러난 수치상 문제점에 대한 소명요구와 함께 ‘특별회계’ 뿐만 아니라 ‘일반회계’도 부결했다.
전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번일은 지역언론에 보도되면서 거제시 재정운영의 허술함이 ‘주먹구구’ 라는 비난을 받았다.

의회 소명요구와 세입세출 결산서 부결

시의회(예결특위)가 거제시에 소명을 요구한 것은 시의회의 당연한 의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전체 세입세출 결산서를 부결한 만한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일부에서는 문제점이 지적된 부분이 ‘특별회계’ 인 만큼, ‘일반회계’까지 부결시켜 시민들에게 거제시정이 엉터리인 것처럼 불신하게 만든 것은 의회가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서류상 명확히 드러나 있는, 무려 10억원이 넘는 사라진 돈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의회가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의회가 특별히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는 논리에 대항력을 갖출만한 변명은 못된다.

주택사업특별회계부분은 어떻게 되나

문제가 된 2005년 결산서에 기재된 채무액은 당초 결산서와 수정본을 대비하지 않은데서 일어났고 상수도사업특별회계부분 29억8천776만200원도 정수장이용부담금(수자원공사)에 대한 채무조정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중대한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제시가 의회에 소명해야 할 결산서 가운데 논란거리는 주택사업특별회계부분이다.
시는 2002년 말 당시 상환기일미도래 융자금 18억4천여만원과 연체 지연금 등을 합하면 2001년 이월금액과 맞아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회가 선선히 동의할지 의문이다.

주택사업특별회계 부분에서 빚어진 이번 결산서 부결사태는 공무원 커낵션으로 이어질만한 근원이 없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서류나 담당업무착오에서 빚어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2001년분과 2002년 결산서에 나타난 10억원 이상의 차액에 대한 사유를 의회 의원들에게 차근차근 소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981년부터 국민주택자금을 관리해온 국민은행조차 20년 이상 대출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단 한 번도 설정하지 않고, 이익을 과다계상해오다 감사원으로부터 지적 받을 정도여서 매년 행정과 은행의 대사(기금운영상태 대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실제 주택사업특별회계는 업무 자체가 서민들의 주택보급을 위해 자치단체가 주택은행에 기금을 차입, 민간에게 상환토록 하는 시 세입예산과 관계가 없는 절차(정부제도)상 보증기관 격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거제시의 업무처리가 소홀했던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거제시의 한 공무원은 “1983년께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이 업무는 정부의 양정회계와 함께 대표적인 기피업무였으며 자료관리조차 주로 일용직들이 전담할 정도로 부실했다” 고 말했다.

특히 1년마다 ‘국민은행’ 측과 ‘대사’를 했다면 이번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수 있지만 어느해부터인가 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가상의 금액이 누적,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을 경우의 수도 있다.

주택기금의 년도별 상환액과 미상환으로 인한 연체(지연에 따른 가산금)금액 등은 양 측의 ‘대사’ 없이 확인하기 어렵다. 개별관리가 아니라 총액 관리일 경우에는 더하다.

이럴 경우 시는 매년 도래하는 연도별 상환액과 전년도 미상환액, 그 연체료 등의 추정치만 계산하거나 중간 상환금액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총액은 복리식 연체까지 계산될 가능성도 있어 이번 사태는 이미 오래전 예고된 셈이다.

현재로서는 2001년까지 대충 대충 처리해오던 결산서가 2002년 바로잡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책임 있게 소명할 수 있느냐다. 업무상 책임소재를 20년전까지 파 헤집기 어려운데다 결산서를 바로잡은 공무원에게 책임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이번일은 업무처리 소홀로 일어난 문제이지 다른 문제는 없다. 단지 주택기금이 종료되는 시점인 내년쯤이면 약 40%의 서민이 기금을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실제 거제시가 공매 등을 통해 채권확보에 나서더라도 3~6억여원의 보증채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로 의회가 이 예산을 승인해 줄지 의문스럽다" 며 곤혹스러워 했다.

거제시가 이번일을 의회에 어떻게 소명할지 알 수 없다.
이번 일은 행정의 단순착오가 아니라 발에 박힌 티눈처럼 고질적이고 관행적인 업무처리 태도때문에 불거졌다. 정부정책에도 근원적 문제점이 있다지만 이를 발견한 의회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책임도 있다. 의회는 거제시민의 살림살이를 집행부와 함께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책무를 지닌 대의기관이지 얼굴마담이나 삼류 연예인이 아니라는 점도 깨달아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부활한지 10년 세월이 넘었지만 수치상 오류가 드러나기 전에는 여전히 의회도 알지 못했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