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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녀의 이름 순덕이
  • 입력날짜 : 2009. 12.02. 19:00
그녀는 작년 봄에 제게로 왔습니다. 올 해 정초에 여섯 아이를 낳았습니다. 낳은 지 이틀, 열사흘 만에 두 아이를 잃었습니다. 나머지 중 하나는 제 친척집으로, 또 하나는 팔려서 순덕이 곁을 떠나고 두 딸만 남아 있습니다.

순덕이는 사람에게 필요 이상으로 애정어린 짓을 합니다. 앞발에 흙과 물을 묻힌 채로 섬바 섬바를 해서 사람의 옷을 버려 놓습니다. 첨에는 그녀가 전생의 제 연인인가도 싶었습니다. 어떻게나 달라붙고 치근대는지 그녀 곁에 가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잡견으로 평가받는 순덕이지만 전문가의 눈에는 영리한 진돗개의 혈통이 많이 남은 F2 정도로 보이나 봅니다. 뒷발이 육손이라나요. 발바닥보다 몇 센티 높은 곳에 발가락이 하나 더 붙어있는 게 진돗개 흔적이라던데 맞는지 모릅니다. 귀, 꼬리, 털색, 몸매 예쁩니다. 미모는 양귀비.

지난 여름 순덕이가 암내를 내었지만 미루다 미루다 시기가 넘었는지도 모르고 도사견이랑 진돗개에게 시집보내려고 데려 갔었는데, 순덕이가 육중한 도사견을 물어뜯고 진돗개를 공격하여 피철갑을 해 주고 돌아왔습니다.

숫개 주인에게 어찌나 미안했던지 모릅니다. 그 다음 겨울에 암내를 다시 낸 순덕이를 시집보내려던 중, 동네 안 떠돌이 땅개에게 당했는지, 꼬셨는지 스스로 해결을 해버렸더군요. 지 서방으로 진짜 진돗개를 정혼해 둔 터였는데 순덕이는 그 사실을 모르고 이번에도 지를 시집 보내주지 않을까봐 그랬나 봅니다.

올 정월 초이튿날. 순덕이 집에다 넣어 준 담요가 집밖으로 나와 있어서 안을 들여다보니
강아지 한 마리가 태어나 있어서 가게 안으로 들여왔습니다. 저는 몇 십분 정도의 간격으로 강아지가 나오는지 몰랐습니다. 또 하나 또 하나 나오더니 마지막은 자정을 넘겨 나왔습니다.

순덕이는 탯줄도 제게 보여주지 않을 만큼 잽싸게 먹어치웠습니다. 태어난 아기의 몸과 방바닥을 쉼 없이 혀로 핥고 또 낳고 그러기를 댓 시간여 하였는데 혀가 아파서 어떻게 견딜까? 싶어 애닯더군요. 지쳐 쓰러지겠지 했는데도 꿋꿋이 끊임없이 그녀의 혀는 자식들의 몸에 붙어 있었으며, 똥도 오줌도 그녀가 모조리 삼키는 걸 보고는 개도 어머니로선 사람에 지지 않는다는 생각과 그녀의 그 정성에 눈가가 젖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런 순덕이와 그의 아이들이 추운 정초에 밖에서 떨 것이 안스러워 한 달여를 가게 안에 두고 난로를 순덕이집 앞에 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비좁은 순덕이 집 때문에 아이들이 깔려 죽을 까봐 다른 걸로 바꾸었더니 순덕이도 아이들도 울고 불고 해서 본래 집을 다시 들여다 놓았습니다.

두 마리가 엄마의 몸에 깔려선지 죽었더랬습니다. 순덕이 모르게 죽은 애를 치운다는게 들켰습니다. 문 잠긴 가게 안 구석구석을 아이 찾는다고 뒤지던 순덕이, 쉬하라고 밖에 내놓을 때마다 온 곳을 아이 찾아 헤매이던 순덕이는 아이 잃은 지 일주일쯤 되니까 아이 찾기를 포기하는 듯 했습니다.

한번은 주위에 버려둔 제 죽은 아이를 물고 와서 제 집에 들여다 놓고 한 없이 그 몸을 핥는 걸 보고는 말 못할 안타까움에 제 볼이 젖었더랬습니다.

'순덕아 내가 잘못했다. 야는 죽었다. 다음엔 큰 집을 마련해 줄꾸마. 미안타. 니 맘이 얼마나 아프겠노. 잊어주라'는 말까지 직접 했습니다. 죽은 아이는 땅을 파서 좀 깊이 다시 묻었습니다. 가게 안에 있던 한달여 동안 아이들은 이리저리 움직여 다니면서 가게 안 구석구석 똥오줌을 누었지만 순덕이는 다 자신의 혀와 입으로 청소했습니다.

미역국을 끓여 흰죽을 쑤어 산후조리에도 무척 신경을 썼었는데 우리 각시한테도 못했던 정성을 다하다 보니 내가 사람 신랑인지 순덕이 신랑인지 헷갈리더군요. 순덕이는 무공도 뛰어 납니다.

몸을 움츠려서 좌우로 빠른 몸놀림을 하여 권투선수 흉내를 내기도 하고, 공중 돌기, 펄쩍뛰어 낙법하기, 주인에게 아양 떨기, 성난 주인 매 피하는 36계 도망가기, 그리고 그녀의 특기인 충성 인사는 우습기도 합니다. 벌렁 드러누워 모로 눕고는 앞발을 다다다다 헤엄치듯 하거든요.

저는 순덕이가 제 전생의 무엇이었다는 생각이 맞든 틀리든 그녀는 제 식구이자 제 손님이라서 그녀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하리라, 그녀가 숨지면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주리라, 그녀가 생각나면 그녀의 무덤을 찾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제시의회 의원 이상문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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