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의 한 고등학교가 신입생들에게 '교칙을 엄수하지 않으면 학교의 모든 조치에 순응할 것을 서약한다'는 각서를 받아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22일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원지회 등에 따르면 수원 S고교는 매년 1학기 초 신입생들에게 이런 내용의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서약서는 '본인은 OO고등학교에 입학함에 있어 학업에 충실하고 품행을 단정히 함은 물론 교칙을 엄수하여 학생의 본분을 다할 것이며,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학교의 여하한 조치에도 순응할 것임을 보호자 연서로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사실상의 신체포기각서"라고 꼬집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A군(15·1학년) 등 2명이 수학 담당교사 B씨로부터 '졸았다'는 이유로 체벌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서약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기간제 교사인 B씨는 이날 오전 1교시 때 A군 등이 졸자 일명 '떡메'(길이 1m, 넓이 10㎝, 두께 1㎝가량)로 불리는 둔기로 A군 등의 엉덩이와 종아리 등을 40여대 때렸다.

4교시까지 교무실 앞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도록 하는 등 학습권도 박탈했다.

A군은 3일 뒤인 지난 17일 병원을 찾아 전치 2주의 진단을 받고 통원 치료 중이다.

A군의 어머니 C씨(47)는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기 위해 의례적으로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알았는데 이런 가혹한 체벌로 이어질지는 몰랐다"고 억울해 했다.

C씨는 학교 측에 ▲교내 방송으로 가해 교사, 학교장의 공개사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 사과문 1개월 공지 ▲학교 폭력 재발 방지 대책 홈페이지에 공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실시 ▲피해 학생을 대상으로 한 2차 가해 금지 ▲피해 보상(교감 선생님이 제안) 등을 요구했다.

평등학부모회 수원지회도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 "입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소위 신체포기각서로 불리는 체벌 동의서를 받는 등 '곡소리 나는 학교'로 지역에 소문이 자자하다"고 비판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수원지회는 26일 학교 정문 앞에서 학교폭력 규탄집회를 할 예정이다.

서약서와 체벌 논란이 불거지자 도교육청은 이날 감사반을 투입해 사실조사에 들어갔다.

도교육청 조병래 대변인은 "체벌이 사실로 드러나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서약서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폐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고 교장은 "서약서는 어느 학교든지 다 받는 것으로 안다"면서 "체벌을 용인하라는 취지로 서약서를 받은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해당 학부모에는 사과를 했으며, 체벌한 교사에는 교장명의의 주의문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