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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로서 산지 8년차...
  • 입력날짜 : 2011. 02.20. 21:56
선물한 약밥 촬영
내가 두아이의 엄마가 된지 8년차이다.
그리고 내가 며느리가 된지도 8년차다.

그리고 내가 예전의 철없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던 딸에서 친정엄마께 항상 미안하고 가끔 그냥 친정엄마라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울컥하고 눈시울을 적시는 딸로서 사는것도 8년차다..

오늘은 엄마생신이다.
매년 함께하는 생신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엄마의 모습이 안쓰럽다.
참 작다. 친정엄마는 작은체구는 아니시다. 그런데 그렇게 느껴졌다.

아빠가 한달째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아빠와는 함께하지 못했다.
혼자 앉아있는 엄마의 자리가 허전해보인다.
그래서인지 다른때처럼 엄마곁에 가서 종알종알 말친구도 해드리지 못하고 내자리에서 밥만 먹었다.

아들인 오빠가 연신 옆에서 “생신인데 많이 드세요..아들이 사니까..맘껏 드세요..라며 너스레를 떨어준다..
가족행사때마다 항상 동생맘의 부담을 덜어주느라 이런 멘트를 날려주는 오빠야..
그래서 더욱더 고마운 오빠...내 가족들이다.

난 막내라서 항상 받고만 자랐다. 내가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열심히 살면, 그냥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정엄마만 보면 너무나 해드리는것이 없어서 죄송하다.
내가 엄마한테 받은 사랑의 반도 해드리지 못해서 항상 맘 한구석이 서글퍼진다.

내가 열심히 살고있다라는 내용속에서는 항상 딸로서는 빠져있는듯하다.
오늘 엄마의 외로운 자리에서..엄마의 작은 모습에서....
내가 깨닫지 못하고 산 소중한 시간들...그리고 후회...
이제야 조금씩 알것 같다. 이런 이기적이고 비겁한 딸의 모습도 엄마는 그냥 엄마로서 사랑하시는것 같다.

부족한건 없는지..챙겨줄건 없는지 항상 생각하고 해주시는 모습에서 인간으로서 부족한 내모습 또한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봐주시는듯 하다.

늘 용돈 제대로 한번 드리지 못하고 선물 한번 드리지 못하는 딸을 이해해주시고 내색하지 않고 받아주시는 엄마..그리고 아빠..

좁은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며 아빠를 간호하는 엄마께 딸로서 8년만에 작은 마음을 전했다.
나의 작은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익숙하고 간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친정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는 떡이 있다. 그건 약밥..
꼬들꼬들하고 영양잡곡이 들어간 귀한 음식...엄마가 좋아해서 더 귀한음식..

엄마의 생신이지만 아빠가 병원에 계셔서 병원에서 같이 힘들어하는 환자들이랑 간호사 나눠드시라고 두 대를 해서 드렸다..
그걸 보시더니 “약밥은 비쌀텐데..”하시며 뭐라 그러신다.
하지만 엄마의 작은 미소를 보며 내작은 맘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엄마는 막내한테 받은거라며 더 생색내며 드실것이다. 하나하나 까드실때마다 내가 딸로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것을 약밥의 달콤함과 함께 느끼시면 좋겠다.



박숙자 기자 ok-eun@hanmail.net        박숙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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