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세워진 김백일(본명 김찬규) 동상의 철거가 결정됐다.

“친일행적에 따른 민족정기 훼손이다.”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추앙받아야 한다” 는 논리가 맞서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백일 동상은 친일이나 반공논리와 아무런 상관없는, 문화재법 위반에 따른 블법시설물로 간주돼 전격적으로 철거가 결정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경제적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면 5천년 역사를 지닌 백의민족, 일제치하의 속박에서 해방된 민족, 한민족이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던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으면서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이념적 민주주의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독특한 이념적 민주주의의 구성요소는 민족주의와 반공이다.

김백일 동상철거논란은 이러한 민족주의와 반공이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수용적 체질의 민주주의라기 보다 배타적 성질이 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족주의와 반공이 충돌한다면 어떤 선택(평가의 기준)을 해야 할까. 민족주의와 반공이라는 이념적 구성요소 중 민족주의가 포괄적이다.

김백일은 독립을 염원하며 항일운동에 나섰던 애국지사에게 총부리를 겨눈 인물이다. 그는 역사앞에서 참회해야 할 인물이다.

후일 한국전쟁에서 전공을 세웠고 반공이라는 이념적 테두리에서 그는 전쟁영웅이 됐다.
김백일, 그의 친일행적에 비해 역사의 평가는 비교적 관대하다.
여기에는 반공이데올로기가 깊숙이 개입되고 있다. 이같은 이념적(반공)요소는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호칭에 국민들이 특별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반공이데올로기가 민족주의에 앞설 수는 없다. 더구나 국민정서도 확인(절차적 민주주의)하지 않는 채 강행한 동상 건립은 민족주의적 울분을 부추겼다. 친일은 김백일에게서 영원히 땔 수 없는 꼬리표와 같다.

그의 공과는 이념적 정서에 따라 용서하거나 추앙 할 수 있을 지언정 역사앞에서 잊지말고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김백일 동상 철거논란을 통해 다시한번 민족의 역사관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