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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칼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없다
  • 입력날짜 : 2025. 02.05. 12:44
‘스네이크 센스’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지키느냐 바꾸느냐”
해마다 가장 먼저 접하고 있는 ‘트렌드코리아 2025’가 독자에게 건내는 서문이자 주제어이다.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모든 전제를 원점으로 되돌려라’는 제시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트랜드를 말하지만 경제가 인간의 행동을 연구모델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정국과 도 묘하게 어울린다.
평균을 넘어 표준이라는 가치체계까지 분자화 시킨 세대.

집단보다는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서 다분히 폐쇄적이었던 개인의 별난 관심 쯤으로 여겨졌던 덕후적 삶도 펜덤이라는 시대적 유행을 일으키는 새로운 집단으로 뿌리를 내렸다.
사람들은 정답이어서 또는 옳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그들만의 매운 맛에 반응하고 동조하면서 동력을 얻고 열광하는 삶을 살아간다.
AI 기반의 삶의 진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기애적 세계관에 빠져 일방적이고 자극적인 뇌피셜 만 탐닉하고 있다.

건강한 면역체계는 무너졌고 자유의 먼 이웃인 방종의 혹세무민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현 정국은 매우 혼란스럽다. 붙잡는다고 붙잡아지는 것은 없다.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 서로 반목하고 갈등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요즈음 ‘판사스럽다’는 말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판사만 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판사는 민사, 형사, 가사, 행정 소송 등을 담당하며, 소송사건 외에 비송사건 등 재판 전체에 관여해 판결, 결정, 명령 등의 형식으로 재판의 결론을 내리고, 중재, 조정, 화해 등에도 관여한다. 또한 체포 영장, 구속 영장, 압수·수색 영장 등을 발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판사는 재판의 종결자이면서 법치의 보루이다.
이들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한다.
국내 유력신문인 경향신문 오정민 기자는 지난 2일자 기자메모에서 “요즘 검찰에서는 ‘판사스럽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사들 설명으로는 ‘인권 운운하며 제멋대로 도둑을 풀어준다’는 뜻으로 법원에 대한 검찰의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며 2일 서울중앙지검의 농약함유 중국산 인삼 수사 결과 발표장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수사를 맡은 성시웅 형사2부장 검사는 “독약을 판매해도 구속되지 않는 나라”라며 법원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정에서도 ‘판사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팬덤화된 진영정치, 특히 탄핵반대 진영에서 나온 말이다. 헌법재판관들을 두고 유대 로마총독 빌라도의 재판에 비유한다. 최악의 불공정한 재판이라고 주장한다.
빌라도는 예수를 정치적으로 재판한 불의한 재판관이다. 탄핵찬성의 반대 진영에서 바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판을 성전시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대법관들을 낫잡아 이르는 이들의 독설은 판사들의 사회적 평판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몽령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윤 대통령을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에 등장하는 만적의 소신공양에까지 비유한다.
“내란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다”라는 주장이 장작 패듯 두 쪽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팬덤이 만들어낸 새로운 현상이다.
시류(時流)는 바람과 같아서 세상을 쓸어버릴 듯 폭풍우를 몰아오기도 하지만 비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뜨면 금새 회복되고 평온을 찾기 마련이다.

민주주의를 정의할 때 해방과 전쟁, 조국 근대화, 군사독재와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트라우마와 회복을 수없이 경험한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과 법치주의에 의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MZ세대와 질파(Zalpha)세대의 판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어떤 세대보다 정보기술(IT)에 익숙한 세대를 잘파세대라 부른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아우르는 세대를 규정하는 사회학적 용어이다.
다음으로는 베타, 감마, 델타 세대가 등장할 것도 예견하고 있다.
지키느냐 바꾸느냐를 고민하게 하는 것도 이처럼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도도한 시대의 흐름 때문이다.

인간의 유한성과 그에 걸맞는 최적화된 사용설명서를 알게 되더라도 내가 지금 살아가는 곳이 세상이다. 세상이 존재하지 않으면 나도 없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바람을 견디는 나무는 있어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없는 법이다.


서용찬 기자 newsmorning@daum.net        서용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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