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7일자 신문에서 ‘조선 `빅3` R&D센터 수도권 이전…"고급인력 확보 위해서’ 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선 '빅3'가 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대우,삼성이 움직이자 울산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이전 방안을 고민중>이라는 내용이다.

조선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연구인력 중 일부를 재배치했다. 삼성중공업도 연구인력에 대한 재편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관계자도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기사 중에는 <“조선사들이 '지방 탈출'을 감행하려는 이유는 인재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를 비롯 풍력, 태양광 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면서 우수 인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방 출신들의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면서 갈수록 우수 인력을 끌어오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는 인터뷰까지 곁들였다.

기업의 인력재배치는 경영진의 고유권한이다.

다만 이러한 연구단지 이전에는 마땅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경제> 식 논리만 빌리자면 명분이 너무 빈약하다.

보도는 지방에 우수한 인력이 없고 조선공학자는 회색작업복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지어 <조선공학자는 회색작업복을 싫어한다>는 중간제목까지 달았다. “친구야 나 서울 살아.” 사대문을 중시하는 신 골품의 환상에 사로잡힌 듯 한 표현이다.

이 신문이 보도한 내용대로라면 대기업이 고급인력의 탈 지방화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 나라를 대표할 만 한 기업의 연구인력 탈 지방화 정책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정부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별히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연구직종의 탈 지방화 정책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의 지방분산 정책과도 배치된다.

세계일류 향토기업을 자처하는 조선사들이라면 지역에서 노동력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연구인력 육성과 투자에도 인색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사회기여도에 따라 지역민이 바라보는 기업의 가치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