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당의 불법 당원모집행위가 말썽이 된 가운데 거제지역에서 한나라당이 개인 신원정보를 빼내 휴대폰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매달 당비 2천원이 인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버투데이>는 9일 ‘열린우리당 당원이 한나라당 당비 낸 사연’ 이라는 제하 기사를 통해 거제지역에서 자신도 모른채 한나라당에 가입돼 3개월동안 핸드폰 요금에서 당비가 빠져나간 사연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7,8월게 정치관련 설문조사를 한다며 동네사람이 나눠준 종이에 자신의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준 일이 있는데 며칠후 “감사합니다”라는 한나라당 명의의 문자메일이 왔고 한나라당을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 정도로 생각,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결국 매달 2천원의 당비가 자신도 모르게 빠져나갔다는 A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레이버투데이>는 열린우리당에서 할머니들을 몰래 당원에 가입시킨 사건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도 입당 의사가 없는 사람을 당원에 몰래 가입시키고 당비까지 인출해 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논란이 예상된다 고 보도했다.
지역방송에서도 11일 밤 이 뉴스를 보도했고 거제시 선관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 밝혔다. 한때 책임당원모집 과열로 논란이 됐던 거제가 당비대납 또는 몰래당원 당비인출문제가 전국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관심지역으로 떠 오르고 있다.
레이버투데이 9일자 보도
경남 거제에 사는 A씨는 지난 12월 휴대전화 요금고지서를 살펴보다가 이상한 내역을 발견했다. ‘인터넷 청구대행 다날’이라고 쓰인 항목에서 2천원이 빠져나갔던 것. 자동이체를 하고 있어 평소 고지서를 자세하게 살피지 않았던 A씨는, 이 참에 과거 고지서까지 모조리 찾아봤다. 그랬더니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석달 동안 매달 2천원씩이 자동이체 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컴퓨터 유료게임을 하는 것인가 싶어, 아이들을 추궁하기도 했지만, 게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A씨는 ‘다날’이라는 회사에 전화해서 내역을 문의했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다날’은 휴대폰 결재 대행회사이다. ‘다날’ 쪽에서는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더니 대뜸 ‘한나라당 당비’라고 확인해줬다. A씨는 당황했다.
A씨는 2004년 4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때 ‘흥분’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적은 있지만, 한나라당한테는 눈길 한번 준 적이 없었다. 최근에는 민주노동당에서 민생상담을 하면서 고마움을 느낀 인연으로 민주노동당 당원 가입을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한나라당 당원이고, 매달 꼬박꼬박 당비를 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이리저리 알아봤다.
그러고 보니 그는 지난해 6월인가 7월경, 평소 좀 알고 지내던 동네 사람이 여론조사를 한다며 나눠준 종이에 자신의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줬던 기억이 났다. 정치 관련 여론조사를 하는데, 전화번호와 주민번호를 적어달라고 요구해, 이상하다고도 생각했지만 평소 안면이 있던 사람이어서 별로 개의치 않았는데, 며칠 뒤 한나라당 이름의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메세지가 핸드폰에 찍혔던 것. 한나라당을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 정도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A씨는 설문조사를 했던 사람을 수소문했지만, 동네를 떠났다는 소식만 들었다. 연락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바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 지역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당원 가입한 사실이 없는데 왜 당비가 빠져 나갔냐”며 “나도 모르게 빼간 당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당직자는 “기다려보라”고 되레 화를 냈다.
그로부터 1달 동안 10여 차례도 넘게 전화하고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려봐라”, “우리 소관이 아니라 도당과 중앙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뿐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A씨. 돈 6천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평소 한나라당을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자신이 당원이고, 당비까지 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
A씨는 거제시 선관위원회에도 전화를 했다.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무성의한 말투였다. 중앙선관위 부조리센터에도 전화했다. “그런 일은 고발이 안 되니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 아닌 조언만 들었다. 어디 마땅히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A씨는 혹시 비슷한 피해를 당한 이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지인 B씨도 한나라당에서 핸드폰 문자 메세지가 날아왔길래 “이게 뭔가” 싶어 연락했다가, 당원이 됐다는 소리를 듣고, 즉시 항의하고 탈당했다는 말을 전해줬다.
A씨는 최근 다시 항의도 하고 ‘몰래 당비’도 돌려받을 겸 김기춘 의원 지역사무실로 다시 전화를 했더니, 대뜸 “선관위에 신고했냐”는 벌컥 화를 냈다고 했다. 당직자는 “밟아야 하는 절차가 있으니 3달 정도 기다리면 돌려줄 수 있다”며 막무가내로 나왔고, A씨도 “당장 돌려달라”고 소리쳤다. 말싸움이 오갔고, “할 테면 해 봐라”는 식의 ‘협박’ 아닌 ‘협박’만 듣고, 전화를 끊었다.
이에 대해 김기춘 의원 거제사무실 관계자는 9일 “여론조사를 한 적도 없고, ‘몰래 당원’ 가입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간혹 당원 가입도 하지 않았는데 당비가 빠져나간다는 항의전화가 오기도 했지만, 확인해 보니 가족들이 당원 가입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좌번호나 주민번호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몰래 당원 가입’은 불가능하다”며 “당비 관련 업무는 중앙당이나 경남도당에서 관장하고, 지역사무실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이버투데이>
거제선관위, 한나라당 입장
11일 거제선관위 관계자는 A씨의 사연에 대해 “우리도 10일 지역방송 뉴스에 보도됐다는 소식을 듣고 알게됐다. 신원이 A씨라고만 보도돼 지금으로서는 사실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불법당원가입에 의한 당비인출은 정당법에 마땅한 처벌기준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야 하고 이 문제가 거제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앙의 지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당비 관련 업무는 중앙당이나 경남도당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역사무실에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의 실명이 확인되면 A씨의 당원가입서에 추천인이 누구인지 가려지기 때문에 도당에서 강제가입여부를 가려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