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조합장이 술집에서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흰 봉투를 건 냈고 공무원 B씨가 받아 안주머니에 넣는 것을 봤다.”

C씨가 건설업자 E씨의 사업허가 편의를 받기 위해 자신의 형인 A조합장을 통해 공무원 B씨에게 1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에 내가 돈이 없다고 하자 일주일 후에 값기로 하고 대신 C가 돈을 마련해 전달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것이 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에 C로부터 돈이 잘 전달됐다는 말도 들었고 돈을 값기로 한 날 제때 값지 못하자 수차례 독촉까지 받았다. 공동대표들도 독촉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그 봉투가 뇌물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E씨는 C씨가 자신이 추진 중인 아파트 사업이 인가날 경우 신탁회사를 끌어오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제공하고 또 아파트 공사에 사용될 철강제품 공급에도 관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뇌물을 전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사업인가가 몇 차례 보완이 내려오다보니 C씨가 자신에게 먼저 제안했고 나는 혼자결정하기 어려워 공동대표와 상의까지 했다.

건설업자 E씨의 진술 믿어야 할까.

공동주택 허가편의를 조건으로 건축업자로부터 1000여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거제시청 간부공무원 B씨와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합장 형제 A, C씨 등이 출석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법원의 4차 공판이 21일 오후 3시30분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건축업자 E씨와 함께 일했던 K씨, D씨, A조합장의 동생 C씨와 함께 E씨의 사무실에서 찾아가 신탁관련 일을 했다고 알려진 Y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건설업자 E씨와 공무원 B씨는 미결수가 입는 황토색 수형복을 입고 재판을 받았고 A조합장과 동생 C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돼 정장차림이었다.

E씨와 B씨는 얼굴이 다소 윤기가 없이 까칠해보였으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재판과정에서 증인심문을 지켜봤으며 가끔 변호인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검찰은 증인심문을 통해 건설업자 E씨의 진술을 뒷받침하거나 새로운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K씨와 D씨는 직접 돈을 전달하는 과정은 보지 못했으나 건설업자인 E씨가 직접 사업편의를 위해 A조합장의 동생 C씨가 공무원 B씨에게 뇌물을 주자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금액에 대해서는 1000만원과 500만원으로 진술이 엇갈렸다.

뇌물이 제공됐다고 주장하는 시점과 회사사정에 대해 D씨는 아파트 사업의 세대수와 관련해 사업부지의 도로선, 사선제한 등의 문제가 생겼다. 건축설계사무소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에 해당되는 사항인데 늦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는 사업이 지연되면 될수록 이자부담 등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증인으로 나선 K씨는 이날 E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전해달라는 C씨의 전화를 직접 받은 일이 있다고 진술했고 D씨는 사무실을 찾아온 C씨가 E씨의 방에서 E씨와 돈 문제로 언성을 높인 일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자신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증인으로 출석한 K씨와 D씨의 경우 E씨의 일방적인 이야기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하는 시기가 특정되지 않는 점 등을 부각하며 A조합장 형제의 무죄입증을 위해 적극적인 변론에 나섰다.

증인들은 뇌물이 건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 특정하기 어렵다거나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특히 C씨가 E씨의 아파트사업 신탁업무에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변론이 이어졌다. 신탁업무를 맡아왔던 Y씨는 신탁업무는 자신의 몫이었고 C씨는 신탁수수료를 받을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Y씨는 E씨의 사무실은 C씨를 따라 처음 방문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날 공판은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재판부는 검찰이 마지막으로 증인으로 요청한 공무원 B씨에 대해 내달 2일 오후 2시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한 피고인 심문기일도 5일로 잡혔다.

구속된 공무원 B씨의 변호인은 다시 보석신청을 하기로 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공무원 B씨 수뢰 혐의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A조합장과 동생 C씨와 공무원 B씨 건설업자 E씨가 술집에서 만난 적은 있다. 여기까지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단서인 E씨와 증인 K씨의 진술 등을 미루어 의심이 갈만한 정황은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나 혐의를 확정할 만한 피의자들의 진술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A조합장은 이번 일은 소설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