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사의 신조는 들은 대로 그대로 기록하고 빼는 것도 없어야 한다.” 거제시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격인 나문희(羅文熙.여.41) 속기사를 시의회서 11일 만났다.

나문희 속기사가 거제 역사를 기록한 지는 14년째이다.
94년 장승포 시청에서 거제와 인연을 맺은 후, 95년 거제시 출범으로 현재까지 거제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나 씨는 2급 속기사이다.
1초에 한글 6자 정도를 속기할 수 있다. “시의회 본회의를 할 때는 웃음소리, 기침소리, 의성어 표현까지 생생하게 기록하죠.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서. 상임위를 할 때는 군더더기 말은 빼고, 발언자의 의지와 뜻이 실린 부문 중심으로 기록하죠.”

속기하기에 편한 의원이 있는 지 묻자, “이상문, 유수상, 한기수 의원의 발언 속기가 다른 의원에 비해서 좀 편한 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 속기하기가 가장 어려운 의원은? “그것은 절대 비밀이죠.”

지난 2일 산업건설위원회 관내조선소 무허가건축물 현장조사 때 기자도 동행 취재했다. 모 조선소를 방문하여 현장조사를 벌일 때였다.
이상문 위원장이 회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자, 나 씨가 발언을 녹취하기 위해 녹음기를 갖다 대었다.

갑자기 회사 대표가 “(나 속기사를 보고)당신 뭐요. 녹음 할려면 물어보고 하세요”하고 심한 역정을 냈다. 동행한 시의원들이 깜짝 놀랬다.

“현장 활동 녹취가 제일 어렵죠. 소음도 많고, 말하는 사람이 흩어져 있는 경우도 많고요. 중심 인물 위주로 녹취를 할 수 밖에 없죠.
50%만이 녹취되고, 살리고 싶어도 살리기 어렵죠.”

속기사는 행정 전문 용어를 캐치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산건위가 건설 용어 등 전문 용어가 많아 더 까다롭다.
“하루 종일 속기를 하다보면 손에 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죠.

중간에 놓치는 부문도 간혹 있죠. 그럴 경우 녹음기를 참고해서 기록하죠.” “속기를 놓칠 경우 발언자에게 직접 찾아가 발언한 내용을 물어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속기사의 ‘꽃’은 국회 속기사이다.
9급 국회직으로 입사해, 10년 정도 지나면 6급이 된다. 프리랜스, 국회, 지방의회, 법원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3명의 속기사가 있다. 나 씨가 최고참이다.
하지만 직급은 기능직 9급이다. 속기사는 전문직이 아니라 기능직으로 대우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의회에 소속된 속기사는 800명 정도이다. “경남을 비롯해 전국지방자치단체의장단 협의회에 신분과 처우 개선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94년 기능 10급으로 공무원이 돼 7년이 지나 기능 9급이 되었죠. 올해 말쯤 기능 8급으로 승진할 기회인데...”

한글속기사는 크게 수필(手筆) 속기사와 컴퓨터 속기사로 나눠진다. 자격증은 1급, 2급, 3급이 있다.
수필(手筆) 속기사 1급은 1분 동안 한글 300자, 2급은 300자, 3급은 270자 속기를 해야 한다. 컴퓨터 속기도 있다.

속기 기계를 컴퓨터에 연결 한글화시키는 속기이며, 컴퓨터 속기 자판은 컴퓨터 자판과 틀리다.

부산이 고향인 나 씨는 성심외대 비서행정학과 출신이다.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배운 속기가 평생 직업이 됐다.
“속기를 하는 동안은 계속 거제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직 미혼이라 결혼을 하면 거제를 떠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다.

거제의 산 역사인 의회 기록이 책으로 발간돼 서고에 보관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속기사의 속기, 녹음, 녹화 등을 종합해 발언록을 상세하게 풀어내다. 풀어쓴 발언록을 여러 차례의 교정을 거쳐 한 권의 책이 된다.
“분신과 다름없는 한권의 거제 역사책이 완성됐을 때 시민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