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0.02.28(금) 11:46
English 日文 中文
햇살이 가장 먼저 오는 양지암과 ‘거제의 기상’ 곰솔
  • 입력날짜 : 2006. 06.09. 12:42
남쪽 바다 거제도는 따뜻한 곳이다. 제주도보다 북쪽에 있지만 겨울철에 거의 눈이 오지 않아 오히려 제주도보다 더 따뜻한 곳이다. 거제도에서도 가장 따뜻한 곳은 장승포이다. 장승포 옆에는 거제도의 가장 동쪽 끝에 있어 아침마다 제일 먼저 햇살을 받는 암벽으로 되어 있는 양지(陽地)암이 있다.

거제도 동쪽의 끝은 능포동 양지암, 서쪽의 끝은 둔덕면 방화도, 남쪽의 끝은 남부면 대병소대도, 북쪽의 끝은 장목면 구영이다. 먹을 것을 걱정하고 힘들게 살든 시절에는 따뜻한 것이 최고였기에 동네의 이름도 양지마을, 양지뜸, 양전 등이 있다.

지금은 난방 시설이 좋아져 집을 햇빛의 양에 관계없이 만들고 있다. 그리고 어둠을 뚫고 나오는 태양을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 아침에 처음으로 나오는 해를 더 기다린다. 이런 점을 반영하여 양지암의 지명이 향일(向日)암으로 바뀌고 있다.

옥녀봉은 가덕도를 향해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왼쪽 날개는 장승포와 능포로 뻗어 내려 양지암이 날개의 끝이고, 오른쪽 날개는 국사봉과 옥포고개를 지나 옥포대첩기념탑이 있는 곳으로 뻗어 있다.

대한해협 너머로 대마도가 보인다.

아침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양지암에는 신분의 차이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1964년에 발행된 거제읍지에 따르면 300여 년 전 한양에서 상서 벼슬을 한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무남독녀 외동딸 국화와 하인 삼돌이를 데리고 유배를 왔다.

그들은 능포 주변에 초막을 짓고 생활을 하였다. 국화는 사서삼경을 다 배울 정도로 총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름달 같이 아름다웠기에 마을의 청년들은 국화를 마음속으로 좋아하였다.

삼돌이도 국화를 은연중에 사모하게 되었지만 상전을 사랑하는 것이 큰 죄인지라 고백을 할 수가 없었다. 연민의 정이 너무 깊고 종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다가 삼돌은 상사병으로 자리에 눕게 된다. 이성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을 안타까워하면서 식음을 전폐하다가 삼돌은 죽게 된다.

삼돌이 죽은 지 삼일째 되는 날 이상한 실뱀 한 마리가 국화의 몸을 감고 있었다. 뱀을 떼 놓으려고 하여도 뱀은 떨어지지 않았다. 죽은 삼돌의 영혼이 상사뱀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상사뱀 때문에 고생을 하던 국화는 결국 양지암 앞의 바위에 떨어져 죽게 된다.

양지암 주변에 조성된 장미밭.

국화가 떨어져 죽은 양지암 앞의 바위는 그 이후에 상사바위로 불려졌고, 처녀 총각들이 혼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이곳에서 고사를 지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또 양지암에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데, 옥포대첩이 일어난 날(5월 7일) 정오경 이순신 장군의 함대 91척은 거제도 남단을 돌아 옥포만 근처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때 양지암에서 망을 보던 왜의 초병이 안개로 조선 수군의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옥포대첩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양지암 부근은 지형상으로 중요한 곳이다. 특히 대한해협을 방어하는 요충지로서 저도, 서이말등대, 지심도와 함께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심도와 서이말등대는 천연의 상록수림이 우거져 있고, 양지암 근처는 큰 키의 곰솔군락이 거제도에서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 쭉쭉 뻗은 곰솔을 보고 있노라면 백두산에 자라는 백두미인송이나 금강산에 자라는 금강미인송이 연상되어 거제미인송이라 부르고 싶다.

거제시의 나무는 사계절 푸름으로 변치 않는 시민의 기상을 나타내는 곰솔이다. 곰솔은 소나무(육송, 적송)와는 다른 종류인데, 주로 바닷가에 자라므로 해송이라 하고, 수피의 색깔이 검은색이라 흑송이라고 한다. 소나무보다 생장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 특징이다.

양지암의 곰솔.

양지암으로 가는 길은 능포방파제에서 올라가는 방법과 옥명마을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 있다. 능포방파제에서 양지암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이고 걸어서 왕복 40분이 걸린다. 길 주변에는 쭉쭉 뻗은 곰솔과 아열대림을 연상하게 하는 풀고사리와 발풀고사리가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옥명(玉明)은 밝아오는 마을로서 거제도 최동단 마을로서 새 아침의 수탉의 울음과 몽돌이 파도에 우는 소리를 의미한다. 옥명마을에서 양지암까지는 걸어서 왕복 2시간이 걸리는데, 등산로에는 국화의 혼을 달래 주듯 장미와 여러 종류의 꽃들이 심겨 있다. 특히 올해부터 여러 품종의 장미를 심어 장미가 활짝 피는 6월에는 장미 축제를 열고 있다.

장승포방파제에서 옥명마을로 이어진 장승포 일주도로는 어디에서나 경관이 좋아 특히 새해에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장승포를 지나가는 길이면 일주도로에서 잠시의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가슴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걷어 내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김철수 소개

김철수는 경남 산청의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2000년 국립경상대학교 대학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늪과 갯벌의 식물생태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체험학습자료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육 및 식물생태학 관련 연구논문으로 40여 편이 있고, 여러 학술 및 연구 조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거제중앙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고 있고, 2003년 행정자치부 신지식인에 선정되었다.
주요 논문에는 ‘박실늪의 퇴적과 교란에 따른 수생 및 습생관속식물의 군집동태와 생산성’, 저서로는 ‘늪 푹 빠진 내 친구야’(공저, 꿈소담이, 2004), ‘거제도’(대원사, 2006)가 있다.




김철수 기자 kcs1217@hanmail.net         김철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독 자 의 견 제 목이 름작성일
최신순 조회순 덧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