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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진 변호사 … 다시 도덕을 생각한다
성환종 사태에 대하여
  • 입력날짜 : 2015. 05.15. 09:13
진성진 변호사
도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적막할 뿐이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채근담(菜根譚)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파문이 한 달 이상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안정행정부 장관을 양옆에 세워놓고 부패청산을 외치며 내심 충청도 대망론에 힘입어 대권을 꿈꾸던 이완구 국무총리는 천하의 거짓말쟁이가 되어 그 어렵게 올랐던 총리직에서 70일만에 ‘여백을 남기며’ 물러났다.

‘당당한 경남시대’를 내세우며 진주의료원 폐쇄라는 결단으로 재선에 성공한 후 무상급식반대라는 전국적인 핫이슈를 선점, 보수의 아이콘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던 홍준표 지사는 친정 검찰에 소환되어 후배검사의 엄한 문초를 받고 곧 기소될 처지에 있다.

국민학교 중퇴학력의 성완종이 집권여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 2명을 한꺼번에 낙마시킨 것이다.

그야말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은’ 셈이다.

성완종 사태는 한마디로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녹아들어 있는 구조적 부정부패의 산물이다. 그런 만큼 새삼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첫째, ‘정치판의 꼼수는 끝이 없다’는 점이다. 성완종은 남들은 꿈도 못 꾸는 사면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것도 ‘특권 없는 공평한 세상’을 내세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시절에! 더구나 두 번째 사면은 주무부서인 법무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시 비서실장으로 있던 청와대 주도하에 그 명단조차 발표하지 않을 정도로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

성완종은 그것도 모자라 금번에 전례 없는 세 번째 사면을 받아 내년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사면은 행정부인 검찰이 기소하여 사법부인 법원에서 확정한 유죄판결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고도의 정치행위로서 오직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법은 사면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정하고, 대통령의 사면이 있을 시에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관할검찰청 검사를 통하여 사건본인에게 사면장을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사면법 21,22조).

나라를 구한 만고의 충신도 아니고 중죄를 지어 세 번이나 피선거권이 제한당한 자가 또 다시 원칙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겠다고 나선 그 발상에 아연할 따름이다.

둘째, 신뢰와 원칙, 청렴을 의미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왜 선진국 진입의 필수조건인지를 웅변한다.

성완종 사태는 천신만고 끝에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그 과정에서 권력을 도구로 삼는 것이 기업경영을 위한 보다 쉽고 빠른 길임을 체감, 남의 권세를 빌리기 위한 로비자금과 자신이 직접 정치에 투신하여 권력을 쟁취하는 데 필요한 정치자금을 만들기 위해 분식회계 등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는 ‘1)기업인이 불법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2)매수하거나 쟁취한 권력을 남용하여 3)기업경영의 도구로 삼았다’는 점에서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는 권력형 부정부패의 전형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부패는 당해 정치인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 폐해가 바로 우리 눈앞에 있는데 사곡삼거리 경남아너스빌 신축현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보다 늦게 시작한 인근 아파트는 벌써 2차례나 분양과 입주를 마쳤는데도 이곳은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몇 달째 가동을 멈추고 허공에 떠 있는 신축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불철주야 쇳가루를 마시며 땀흘려온 조선소 근로자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

충청도의 한 기업인이 불법 로비자금으로 매수한 권력을 이용하여 받은 천문학적인 대출금이 오롯이 전 국민의 혈세로 메어지고, 그의 자살파문으로 우리지역 근로자들이 크나큰 고통을 겪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부패척결이 사정(司正)의 구호만이 아닌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우리의 문제’임을 새삼 깨닫는다.

셋째, 성완종 사태는 ‘정의로운 사회, 바른 생활’이 도덕군자의 공염불(空念佛)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국가적 목표이자 끝까지 지켜야 할 개인적 덕목임을 보여준다.

그는 성공을 위해 생일과 명절을 제외하고 40년간 빠짐없이 높은 사람과 아침밥을 먹었을 정도로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렇게 60평생을 절박하게 살았던 그가 자살직전 느꼈을 절절한 회한과 배신감, 고통과 좌절감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나는 비로소 잘 알고 있다! 정치세계에서 최고의 악덕은 부도덕이 아니라 무능이라는 것을!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글의 세계인 현실 정치판을 이보다 잘 묘사한 말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험난한 정치판에 진입하려는 목적이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하나의 벽돌쌓기’가 아니라 권력을 사유화하여 개인적인 잇속을 챙기려는 것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 채근담의 구절은 성완종 사태의 여진(餘震)이 계속되는 현시점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온 것이라면 숲 속의 꽃과 같아 저절로 서서히 무성하게 자라고, 공적(功績)에서 온 것이라면 화분이나 화단의 꽃처럼 옮겨지고 피고 시든다. 만약 권력에서 온 것이라면 꽃병 속의 꽃처럼 뿌리가 없으니 그것이 시드는 것은 서서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co.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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