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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뉴스3] 덕후력 깨우는 이색 기획 ‘그림&콘서트’
  • 입력날짜 : 2016. 03.18. 18:01
사람은 ‘이미지’에 약한 존재다. 책을 고를 때도 ‘표지 이미지’와 제목을 보고 내용을 상상하며, 음반을 구입할 때도 ‘재킷 이미지’를 통해 뮤지션을 상상하고, 소장 가치를 따져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지를’ 처음 만나는 순간은 실제 책의 내용, 음악과는 또 다른 새로운 창조의 시간이 아닐까? 책 표지를 처음 보는 순간 상상했던 내용, 재킷 커버를 보는 순간 상상했던 뮤지션과 음악에 대한 짐작들.. 그것들은 머릿속에서 만나는 독립된 창작물일 수 있다.

이러한 발상에서 기획된 것이 20일까지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개최하는 이색 갤러리 콘서트 ‘책으로보는 그림, 그림으로 듣는 노래’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내려 수많은 거대 개미들이 붙어있는 기묘한 건물의 지하로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느낌의 전시 공간과 마주할 수 있다.

‘책으로보는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 전지나, 홍지 작가가 진행하는 전시로, ‘세상에없는책 – 상상도감 프로젝트, 아니그노’를 통해 두 작가가 창조한 실제로는 없는 다양한 책들의 표지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기자의 상상력을 가장 불러일으킨 작품은 단연 ‘포비아’였다. 바닷물에 잠긴 빙산의 거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무의식’ 속 잠재된 다양한 공포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통찰한 심리 서적일까, 아니면 무의식에 잠재된 공포 때문에 일어난 끔찍한 범죄를 다룬 추리소설일까? 그림 하나 만으로 수많은 책과 머릿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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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나, 홍지 작가가 작업한 음반 재킷 작품들을 먼저 감상한 후, 실제 뮤지션과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열린다. 저녁 6시부터 시작한 ‘그림으로 보는 노래 ’콘서트가 그것으로, 그림을 보고 상상했던 뮤지션과 음악이 실제로는 어떠한지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한 장의 그림이 음악과 만나면서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싱어송라이터 정욱과 셀린셀리셀리느는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였던 뮤지션이었다. 재킷 이미지와 ‘셀리셀린셀리느’라는 이름을 들으면 잔잔하고 순수한 감성을 노래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또는 분위기 있고 청아한 뉴에이지 음악가일 것 같았다. 반면, 정욱은 이름처럼 강단 있고 딱 부러지는 남성 뮤지션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실제 무대에 오른 이들의 모습을 보니 ‘셀리셀린셀리느’는 내면 깊숙한 곳의 우울하면서도 환상적인 감성을 노래하는 건장한 남성 뮤지션이었으며, 정욱은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겼을까,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예쁜 여성 뮤지션이었다.

공연을 주관한 콰가컬쳐레이블의 정재영 대표가 기타리스트로 있는 ‘착한밴드 이든’의 공연은 상상한 그대로 였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담한 맛이 있는 전시장 전체 분위기와 걸맞게 오카리나와 아코디언, 통기타, 젬베가 어우러진 그들의 음악은 몸과 마음을 ‘착하게’ 정화시켜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카리나, 아코디언은 물론 플루트와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풍성한 음색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연주 모습은 그 자체로 ‘서커스’ 를 보는 듯한 멋진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가 ‘혁신’이란 폭풍을 불러온 이후로 대기업들은 채용 시마다 ‘창조적 인재’를 들먹이며 우리들의 기를 죽여왔지만, 사실 창조란 내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 안의 스위치를 눌러줄 수 있는 좋은 공연과 전시를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덕후력이 발휘되는 때도 이러한 순간이다. 내안의 잠재된 ‘덕후’를 깨우쳐주는 좋은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덕후뉴스’를 통해 많이 소개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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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평점 : 90
> 전시와 콘서트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 전시의 취지도, 콘서트의 취지도 모두 흔치 않았기에 만족도가 높았다.

덕후 추천 지수 : 90
> 본질을 확인하기 전, 먼저 이미지를 접하고 머릿속의 창작물과 마주해본다는 이색적인 기획 의도는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 전지나, 홍지 작가의 개성 넘치는 그림과 참여한 인디뮤지션들의 개성도 덕후력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추천 덕후
> 하루종일 서점에서 신간 살펴보는 것을 좋아하는 덕후,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덕후, 인디뮤지션을 사랑하는 덕후, 이색적인 기획 공연을 찾아다니는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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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주 기자 happyenc12@nate.com        오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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