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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옥의 산행일기]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 입력날짜 : 2017. 02.27. 10:50
경남도 지리산에 오른다. 정상(해발1,915m)에 표지석이 있다.

한국인(韓國人)의 기상(氣像) 여기서 발원(發源)되다. 표지석의 높이는 1,5m이다.

국립공원지리산 전체(삼도)의 면적은 483.022㎢이고, 정상의 면적 30평방미터에 불과하다.

천왕봉은 2월의 하순이 돼도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다.

아직은 목덜미를 파고드는 차가움에 잠시 아래로 내려서서 숨을 고른다.



길 잃은 찬바람만 부질없이 쏘다니고 해찰궂은 바람이 차갑기만 하다.

하늘이 사람보다 먼저 준비하는 계절, 이 산꼭대기에 있는 존재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리산정상∼제석봉구간은 우수(18일)가 지났음에도 얼음으로 뒤 덮여 상당히 미끄러울 뿐만 아니라 급경사가 많아 ‘아이젠’은 필수, 꾀 요령이 필요한 구간이다.



길 섶의 나무들은 한 줌이라도 더 햇볕을 받아들이려 바큇살처럼 골고루 잎을 펼쳐놓았는데 하얀 이불이 덮었다.

음∙양의 아름다운 눈길 혼자서 보기가 안타까웠다.

오후 12시30분쯤 제석봉(해발1808m)에 도착했다.

온갖 허식을 없앤 알몸의 순수로 서 있는 고사목,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풀잎 등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이 소멸해 버린 뜻한 이 언덕에서 만나는 푸름 하나가 시린 마음에 살포시 들어와 앉는다.

몸을 낮춰 다시 바라보니 눈에 잘 뜨이지도 않았던 작은 풀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체온이라도 나누는 듯 옹기종기 모여서 찬바람을 피한다. 오는 4∼5월에 들꽃으로 만개하겠지?

서릿발 선 나대지 위에 지혜롭게 겨울을 헤쳐 나가는 자그마한 풀 잎 앞에 한동안 주저앉았다.

나뭇가지마다 불그죽죽하게 보이는 것은 영양과 수분을 얼지 않게 보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생존 방편이다.

수행으로 진리를 터득하는 성자의 마음 같은 겨울 숲을 바라보면 살아 숨 쉬는 생명들에게 외경심이 절로 솟구친다.

필자

살아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지어온 죄나 양심의 가책도 되돌아보고 허위나 가식을 벗은 고사목으로 서 보자.

안전의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등처럼 이 아름다운 능선의 길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구성옥 기자 webmaster@morningnews.co.kr        구성옥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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