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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 ‘정직한 행정’을 바란다.
  • 입력날짜 : 2021. 01.20. 14:42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장
조삼모사란 고사성어가 있다. ‘불만에 가득 찬 원숭이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도토리 숫자를 바꿔가며 원숭이들을 속여 불만을 잠재웠다.’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보통 잔꾀로 남을 농락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난대수목원 유치실패와 이에 따른 면피용으로 거제시가 이름도 생소한 ‘한·아세안 정원’이라는 도토리로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을 보면서 ‘조삼모사’라는 단어가 새삼 떠 올랐다.

난대수목원 사태의 본질

지난 2019년 6월경, 국립난대수목원 조성지가 거제로 가닥이 잡히던 상황에서 갑자기 완도가 유치전에 참여했다. 거제의 수목원 유치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완도가 전남지사 출신인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고건 전 총리 등 전·현직 고위 관료와 정치인들을 앞세워 난대수목원 유치에 총력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2010년부터 난대수목원 유치 계획이 있었고, 2019년 남부권에 난대수목원을 조성하겠다는 산림청의 계획을 알고 본격적으로 유치전을 시작했었다. 당시 완도의 거센 추격에 위기를 느낀 변광룡 거제시장은 공개적으로 시민들의 여론전과 시의회의 협조를 구했고 시민들은 거제시민의 60%에 달하는 무려 150,000 명이 서몀에 참여함으로 거제시에 힘을 보탰다. 조선 경기의 어려움으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이를 가능케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결국 난대수목원은 완도로 결정되었다. 난대수목원 유치가 완도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려 뒤집어진 것이 아니라면, 거제시가 국책사업의 행정절차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산림청 용역도 또 그에 따른 심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선정이 된 것처럼 홍보하고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조기착공 운운했기 때문이다.

국책사업 유치의 어려움

국책사업 유치가 거제시의 노력과 거제시민들의 열정만으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엄청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기에 정부가 그 결정 과정에 많은 절차를 두고 여러 이해관계와 많은 가능성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낙담이 크지만 그만큼 국책사업 유치가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계기도 되었다.

산림청은 지난해 거제와 완도 2곳의 적정지 선정 후 ‘수목원 조성 타당성 연구용역과 내부 심사과정에서 국내 2곳 이상의 난대수목원 조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반영되어 전남 완도를 수목원 조성지로 단독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거제는 지역 특성에 맞는 대체사업 추진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한·아세안 국가 정원 조성’ 구상도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직 구상단계일 뿐 현재까지 사업대상지 등 일체의 세부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는 게 산림청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도

거제시는 사실관계가 이러함에도 완도와 함께 지난해 적격지 2곳의 하나로 지정되었을 당시, 마치 최종 선정이나 된 것처럼 홍보에 열을 올렸고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조기착공 운운하며 거제 난대수목원 유치를 기정사실로 하는 행정의 미숙함을 드러냈다.

행정은 투명해야 한다. 행정은 정직해야 한다. 오직 그 경우만 시민들의 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행정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당장은 여러 우호 언론들을 동원하고 댓글들을 동원해 여론을 호도할 수 있겠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거제시는 우선 난대수목원 유치실패에 대한 전 과정을 시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했다. 그런 연후에 낙담한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비전 제시를 통해 시민들의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투명하고 정직한 행정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먼저 얻은 후에, 시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에 힘을 모으자’라고 호소했어야 했다.

그런데 거제시는 난대수목원 유치실패에 따른 시민들의 낙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분노하고 낙담한 시민들을 달랠 면피 사업에 몰두한 나머지 원숭이들을 속였던 조삼모사처럼 시민들을 속이려고 하고 있다.

국책사업의 의사결정과 추진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번 난대수목원 유치과정에서 분명하고 확실하게 경험했으면서도, ‘한·아세안 국가 정원’이라는 그저 구상 중이고 계획뿐인 아이디어를 시민들에게 제시하며 낙담하고 화난 민심을 기만하려고 하는 것이다.

‘난대수목원보다 훨씬 더 많은 국비가 투입될 것’이라거나, ‘이미 거제로 국가 정원조성지가 확정되었다.’라거나, ‘난대수목원보다 훨씬 더 지역경제에 기여를 할 것’이라는 등의 괴변으로 난대수목원 유치실패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시민 사과 요구 마저 정쟁으로 치부한다.

현재 구상단계인 한·아세안 국가 정원 조성사업이 확정되려면 ▲타당성 및 기본구상 연구용역 ▲예비타당성 조사 준비용역 ▲기재부 및 유관기관과의 예비타당성 조사 ▲기재부 예산편성 ▲국회 예산심의 등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넘어야 할 산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한·아세안 국가 정원?

한·아세안 국가 정원은 지난 2019년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의 공동의장 성명에서 채택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산림 관리협력 방안’의 하나이다. 그러나 당시 아세안 정상들에게 제안된 한·아세안 국가 정원은 거제시가 말하는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2019년 산림청은 아세안 정상들에게 한·아세안 국가 정원의 내용을 설명한 바 있다.
제안내용은 ‘한국에 거주하는 아세안국가 사람들과 관련국(열대 및 아열대인) 외교관들이 자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나무들을 온실 같은 디자인을 통해, 접근성이 좋은(수도권 일원) 곳에 만들어서 한국과 아세안국가 근로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는 2019년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공동위원장 성명 합의문 제35항을 통해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의 설립을 축하하는 기념사업 형태로 발표된 국가 간의 외교적 약속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 간 합의사항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산림청과 거제시는 한·아세안 국가 정원이란 이름만 차용해 거제시민을 우롱하고 있다. 난대수목원으로 화난 민심을 달랠 면피 책에 급급 하다보니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의 당초 취지와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거제에 한· 아세안국가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백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국가 간의 약속은 어떻게 되는가? 국가 간 약속 이행의 외교적 문제까지는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된다. 거제시와 산림청은 이 외교적 문제를 해결할 복안은 가지고 있는 것인가? 거제시 행정에 연민의 정을 느낀다. 참으로 안타깝다.


반지연 기자 banji1052@naver.com        반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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